호랑가시나무창작소 2020 입주작가+광주작가 기획전시
얼마나오렌지
전시기간 : 2022.04.05~04. 29
전시장소 :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베이스폴리곤, 글라스폴리곤
참여작가 : 구래연, 구혜영, 김영남, 김지희, 김혜연, 서법현, 임용현, 정승원, 조은솔, 홍준호
이제 몸을 찾아 떠날 시간이다.
왜냐하면, 실제의 몸이 증발해버린 것과 같은 경험 속에 우리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간 전염병으로 우리 몸은 고립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먹거나, 일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심지어 돈을 버는 활동까지 모조리 디지털 공간에서도 가능하게 된 기술의 발전도 이에 한몫했다. 이 전시는 어딘가에서 부유하는 감각들과 사라져버린 몸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와 우리 몸 자체를 다시 돌아보는 반성적 사유를 담아낸다.
10인의 작가들은 감각의 통로이자, 반응하는 장소로서의 우리 몸에 집중해보자는 취지로 우리의 신체로 향하는 여행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 여행을 위한 장치는 동그랗고 주먹만 한 “오렌지”다.
오렌지는 누구나의 오감을 즉각적으로 자극하기에, 저 먼 곳으로 가버린 우리의 몸을 되찾고 생동하는 감각과 재접속하는데 가장 적절한 대상이다. 광이 나는 밝은 얼굴, 오돌톨한 껍데기에서 분사되는 상큼한 미스트, 코끝을 상쾌하게 찌르는 향기, 혀에서 느껴지는 알맹이의 달콤함까지... 오렌지를 통해 온몸은 짜릿한 반응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오렌지는 어둠에서 밝음으로 상승할 때 생겨나는 테두리에서 지각되는 색(괴테)이자, 황금이나 태양이 갖는 미덕인, 따뜻함, 기쁨, 활력, 생동감, 건강을 상징하기도 한다.(미셸 파스투로) 지금 4월, 오렌지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처방된 영양제 같은 존재다.
각자 나름의 오렌지를 품고 있는 전시작품들은 우리의 몸과 밀접하게 연관된 혈, 숨, 열, 감각, 소통, 신체, 행위, 기억, 권력 등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모든 관객은 오렌지와 동행하는 여행길에서 그동안 희미해져 버린 감각들의 연결선을 보강하면서 신체 경험의 능동적인 생산자가 될 것이다.
아, 다시 찾은 나의 몸이여, 얼마나 오렌(만인)지….
-전시기획 : 박계연-
얼마나 오렌지
2022.04.05~04.29
구래연, 구혜영, 김영남, 김지희, 김혜연, 서법현, 임용현, 정승원, 조은솔, 홍준호
정승원 Seungwon JUNG, moinseungwon@gmail.com
일상의 모습들을 표현한 오브제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연결되어 있다. 외부의 자극이 가해지면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내면서 원래의 정적과 대비를 이룬다. 팬데믹 사태 후 일상이 비일상이 되고 사소한 것들조차 특별함이 된다. 서로를 경계하며 살아가는 상황이 일상이 되어 익숙해져 버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몸은 멀어졌지만 다시 서로 가까워지기를 꿈꾼다.
연결, 2022, UV printing on acrylic sheet, size variable
조은솔 CHO Eunsol, clampinetree@gmail.com
말하는 손_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고 마스크 사용으로 인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높아졌다.
작품은 손의 움직임을 통해 변화된 소통방식을 이야기한다.
Will, 2022, acrylic on canvas, 97.0 × 130.3cm, 외 3점
구혜영 Hyeyoung KU, tongjjwa@gmail.com, tongjjwa.creatorlink.net
당신을 위해 준비한 화려한 럭셔리 리조트 체험을 놓치지 마세요. 광주의 따뜻한 환대, 최상급의 어메니티와 서비스가 결합된 럭셔리 리조트인 “오렌지 리조트”에 빠져보세요. 호랑가시나무 언덕의 오래된 외국 선교사 사택에 아름답게 자리 잡은 리조트는 호화로운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하늘의 노을빛, 바닷바람, 야자수 나무 아래에서 폭발적인 감정의 팔레트를 만드는 이 곳. 음악 축제와 함께 펼쳐지는 편안한 오렌지 만찬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방문을 기다립니다. 절대 놓치지 마세요.
Orange Resort II, 2022, installation & performance, size variable
김영남 KIM Youngnam, moomoostudio@naver.com, moomoostudio.creatorlink.net
관람객과 퍼포머 사이의 주문/식사/계산/배웅이라는 소통의 과정을 통해, 사회 및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단절, 그리고 고립된 채 스스로를 위로해야 하는 시대를 반영한다. 또한, 작가는 낯선 가상의 휴식 공간을 맞이하는 다양한 관람객의 반응을 탐색하고, 현재를 맞이하는 마음 속 상실에 주목한다. 관람객의 휴식이라는 체험과 퍼포머의 관람객과의 소통을 위한 퍼포먼스를 통해, 낯선 일상의 이상한 감각들을 불러일으키는 몸과 기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Orange Resort I, 2022, installation & performance, size variable
서법현 SEO Beophyeon, beop_h@naver.com
스스로가 종결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면에서 선으로, 선에서 점으로 분해하고 재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내면을 치유하고 있다. 묵언수행을 하듯, 작품은 말을 하지 않지만 나는 나와 대화를 한다. 모든 사물이 점(픽셀)에서 시작하여 완전체가 되어갈 때, 나는 픽셀로 되돌아가 나를 소멸시켜 간다. 유[有]에서 무[巫]로 가는 건 완전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무(巫:무당 무)는 내가 생을 시작하게 한 첫 기억이다. 픽셀로 구현한 이번 작품은 점으로 마무리하고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Pixelro, 2022, installation, size variable
홍준호 Junho HONG,
newrocker76@gmail.com, www.artisthongjunho.com
작가의 작품은 기업의 자원(resource)이 되어 노동(labor)과 과로로 겪게 된 생(生)과 사(死)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감각할 수 없는 자신의 신체 내부를 촬영한 의료용 이미지(X-Ray, MRI, MRA, CT 등)에 반복 행위와 유희적 요소를 더하여 ‘존재와 부재’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번 작품은 부재의 경험을 통해 감각한 감정을 색으로 치환하여 비현실적이고 묘한(uncanny) 감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비(非)사진적 사진’ 작업을 보여준다.
몸에 피어난 꽃 #001, 2022, digital inkjet pigment print, 100 x 100cm, 외 14점
김지희 KIM Jihee, bibibik77@naver.com
옷에 남은 먼지, 땀, 피부조각, 얼룩, 체취 등은 그 옷을 입었던 사람 신체의 일부였다. 그런 흔적들을 찬찬히 발견하면서 작가는 새로운 신체들을 구축해 나간다. 과거의 나의 몸은 지금의 나의 몸과 같은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현재 나의 몸은 시간과 경험, 환경과 관계를 수없이 덧입혀 놓은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 땅 속에 뿌리박고 있는 나무와도 같은 몸에 대한 사유를 시작한다.
생각하는 사람, 2022, 헌옷 섬유, mixed media, size variable
임용현 LIM Yonghyun,
08anaki@naver.com, https://08anaki4.wixsite.com/jackie
펜데믹과 함께 우리의 감각은 이주를 경험하게 되었다. 입체적으로 구성된 우리의 외형은 평면적 시각전달 장치를 통해 신호화 되었으며, 따뜻한 온도를 가진 숨결과 성대의 울림은 전자적 장치를 통해 가상공간 혹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2차적 세상을 거쳐 스피커를 통해 현실세계로 전달된다. 이렇게 감각과 인체가 분리되어 대체현실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감각이주를 경험하는 것이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아직도 답답하고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지도 의문스럽다.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지만, 내가 마치 다른 세상에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다.
감각이주, 2022, video installation, 2’29’‘, size variable
구래연 Rae KOO,
raekoo9@gmail.com, www.raekoo.wordpress.com
모든 공간·장소는 “동적인 무엇도 없이 다만 무기력하게 주어진 평면”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즉 권력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 한 장소는 그 사회의 권력관계가 얽혀 있는 ‘특정한 접합점’이자 다른 접합점들과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간과 장소, 시간에 대한 우리의 영역은 새롭게 구성되어졌다. 가려진 코와 입으로 스스로의 숨결을 더욱 가까이 느끼며 절제된 장소에서의 활동에 대한 지금까지의 경험을 풀어내고자 한다.
삶과 죽음의 모뉴먼트, 2022, brass, object, acrylic sheet, 50 x 50 x 160cm
김혜연 Hyeyeon KIM, endless0325@hanmail.net
후각, 미각, 청각, 시각, 촉각. 이 감각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한 편, 우리의 정서 그리고 기억에 영향을 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시대. 그 속에서 ‘고립과 격리’의 시간을 경험하며 ‘상실 또는 과잉’ 되어가는 우리의 감각들. 이에 이들의 상태를 점검하고자, 각 감각 기관의 ‘심리 평가’를 시행하기로 했다. 바로 ‘Dr. 오렌지의 상담실’에서. 먼저 ‘기억 상실’을 겪으며 ‘불안 장애’를 호소하고 있는 ‘코’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Dr. 오렌지 : 임상 기록 1, 2022, text on paper, size variable, 외 1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