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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1.07.24-08.7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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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창작소 릴레이 개인전 -김다미-

 

'화면의 조각'


2021.11.16-11.22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일상의 풍경은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우리의 인지에서 쉽게 무시된다. 도어락 비밀번호에 점차 익숙해져 신체에 각인된 습관만으로 누르게 되는 것처럼 무언가를 바라보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권태로운 응시 속에서 홀연히 감각을 사로잡는 장면들이 있다.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사물을 마주할 때, 일상을 바라보던 나의 불수의적 응시는 비로소 수의적 응시로 전환된다.

이렇게 채집한 이미지를 분해-파괴-재조립해 변형된 형태로 돌려놓는 것이 지난 작업의 근간을 이루어 왔다. 분해의 방식은 다양하다. 사물의 구체적 형상을 ‘지시’하기보다 ‘암시’하는 형태로 추상화해 그것의 기능을 제거하거나, 인과 관계나 물리적 법칙을 무시해보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얻어진 형상들은 인공적이며 직선적 형태와 곡선적이고 자연적 형태, 구체적 형상과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형상으로 양분되어 한 화면에 합치된다. 이 상반된 실루엣끼리 싸움을 붙여놓고 아슬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화면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창작을 추동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형상과 표현 사이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본인의 작업에서는 자를 대고 긋는 반듯한 직선과 작도, 또렷한 윤곽선을 이루는 사물의 형상이 사라질 수 없음을 느꼈다. 구와 기둥과 같은 조형의 형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무의식의 층위에서 떨쳐낼 수 없는 자신만의 공식이 자리잡아 간다고 느꼈다. 어느 날은 문득, 이 모두가 종합된 하나의 세계를 상상했다. 본인이 그동안 수집해오고, 이미지를 변형하며 정립해나간 방식들이 종합된 하나의 완결적인 세계를. 이미지들은 독립적인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들은 상반된 것 같지만 사실은 경계에 걸쳐 사슬처럼 엮이거나, 서로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하나로 묶어보고 싶은 것들의 조합이다. 이 부유하는 개별의 오브제들이 안착하여 가지와 뿌리를 뻗을 수 있는 경작지의 존재를 상상했다. 세계를 만들어 놓으니 서사가 자연스레 확장하며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점차 서로를 잠식하고 서로에게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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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창작소 릴레이 개인전 -김제원-

 

'잠, 생각'


2021.11.16-11.22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간질간질 무거워진 눈꺼풀을 느끼면, 기다렸다는 듯, 조심스레 누워본다.
그래, 온다... 온다... 제발, 가지 마...
붙잡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돌아설 연인처럼.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어마어마한 기회처럼. 조심조심, 간절히. 너, 잠을 향해 뻗는 손. 하지만 등이 침대에 닿으면 이내, 놀리듯, 도망쳐 버린다.
나쁜 X. 
그렇게 잠이 떠난 자리에는 온갖 미련이 남는다.
널 좀 더 붙잡았어야 했니? 자존심 다 버리고, 너, 잠에게만 최선을 다 해야 했던 거야? 아니야, 그냥 눕지 말걸 그랬어... 어차피 못 잘 거, 불 끄지 말고 영화나 볼 걸... 아니지, 그래도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하고 눈을 감으랬어, 잠을 자려면. 흠, 그냥 지금이라도 일어나서 불 켤까? 으, 그럼 또 새벽까지 못 잘 거야.. 
그렇게 까만 방 안, 창틈으로 들어오는 불멸의 도시 조명들은 머릿속에 숨어 있던 온갖 생각의 씨앗들을 톡톡, 싹을 틔워, 쑥쑥, 자라게 한다.
하... 원고 셋 마감일이 겹쳤는데, 할 수 있을까? 흠, 하나 정도는 미뤄달라고 해? 에이, 됐다! 그러고 보니 아까 수정고 파일명을 제대로 써서 보냈던가? 일어나서 확인해? 아... 귀찮은데...
그나저나 그 남자... 나한테 관심 있는 것 같았는데... 아닌가...?그래, 오바 하지 마라! 헷갈리게 하는 놈은 그냥 나쁜 놈이다. 이럴 땐 너의 김칫국 흑역사를 떠올려 봐. 아우, 생각났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홀로, 쪽팔림에 몸을 비틀다가도 갑자기 거슬리는 수도꼭지 물 떨어지는 소리, 그 소리에 연상되는 공과금 납부, 거기에서 다시 연상되는 이 달의 카드 값 결제. 끝이 없는 생각들. 
그렇게 생각의 굴레에 갇혀있다 다시 불러 본다.
잠, 이 진흙탕 같은 생각의 세계에서 날 주해줄 왕자님.그렇게, 나는, 생각을 않기 위해, 잠을 생각한다.

 

-설치 텍스트 中 ‘잠, 생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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