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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창작소 2021 입주작가 기획전시

 

관계의 합성 synthesis of relationships

 

전시기간 : 2022.03.15~03. 31

​전시장소 :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참여작가 : 구래연, 김경묵, 김선행, 김유나, 김제원, 김혜연, 윤미지, 이진경, 최형섭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기획전인 이번 전시는 ‘관계의 합성’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관계’라는 것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개인’에서 시작된다. 그런 하나의 ‘개인적 조각’들이 서로 그물처럼 얽히면서 ‘관계’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가장 기본적인 ‘개인’이라는 물성이 ‘관계’라는 그물로 엮이면서 개인적 물성 역시 바뀐다. 마치 거대한 은하가 충돌 할 때 우리가 느껴지는 불안함과 신비감처럼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간, 개인과 물건, 개인과 스토리 등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그 무엇인가를 보여 준다.
또한 그 ‘관계’의 일상적인 것들을 작품 안으로 끌고 온, 작가 각 개인의 환경과 경험에 따른 작품들로부터 출발한다. 
지난 2021년 입주작가 9명 구래연, 김경묵, 김선행, 김유나, 김제원, 김혜연, 윤미지, 이진경, 최형섭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일련의 ‘시간’을 통해 ‘관계’ 안에서 창작의 동기를 얻어 합성되, 자신의 내면을 밖으로 나타내려는 예술가들의 본능적인 욕구를 표출한다. 
작가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관계’라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어떤 대상의 주변 모습과 그 속에 담긴 감정들을 공유하며, 혼잡한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서로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작가들의 이러한 노력과 시도들은 어쩌면, 그 자체로 색다른 시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술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작가 특유의 집요한 문제의식과 이를 작업으로 풀어가려는 다양한 시도를 겸하고 있다는 면에서, 작가 특유의 튼튼함과 탄탄함이 엮어 작품으로 표현된 현 세계에 대한 ‘관계의 합성’을 보여줄 것이다.

​-전시기획 : 정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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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진경산수(盡景山水) / Portrait >


盡景山水(진경산수)는 언뜻 보면 익숙한 한 폭의 수묵 산수화다.
익숙한 산수화에 시선을 고정하자 번들거리는 플라스틱 비닐봉지의 광택 속으로 풍경은 밀려나고 곧 검은 비닐봉지가 드러난다.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든 풍경과 유한한 시간을 가진 인간이 만든 오브제가 서로 섞이고, 서로를 밀어낸다.검은 비닐봉지는 일회성과 익명성을 가진 존재다. 무엇인가 잠시 감추고 담았다가 다시 활용하지 못하고 버려진다. 철저히 일회성을 위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물질인 것이다. 이렇게 일회성을 가지고 태어나서손쉽게 사용되고 버려지지만소멸하지 않는 아이러니를 지닌 오브제로 영원의 시간을 담은 풍경을 만들었다.산과 들, 해변의 어딘가에 플라스틱 폐기물이 자연을 대치하며 오늘도 새로운 플라스틱 지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의 眞景山水(진경산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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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행<잠든 기둥의 부유물들>


물이 흐른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동시에 땅 위를 고르게 흐르기도 한다. <잠긴 기둥의 부유물들> 안에서 물은 수직과 수평을 동시에 흐르며 이야기를 엮는다. 그 직조 행위는 어느새 형상과 서사를 드러낸다. 본인이 묵었던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겪은 내밀한 경험, 구전과 기록 속 서사를 그러모아 그림과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수직의 서사와, 이야기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부유물들이 수평의 여백을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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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묵< Path >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멍하니 길을 바라보다 같은 길 위에서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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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지< 조간대 (潮間帶) >


조간대는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공기에 드러나는 해안을 칭한다. 바다이기도 육지이기도 하며, 그 무엇도 아니기도 한 이 공간은 표출과 은신을 규칙적으로 반복한다. 낮에 걸었던 곳을 밤에는 유영하고, 햇빛에 몸을 말리던 암석들은 해수면 아래 비밀의 섬이 된다. 언제 우리가 그 곳을 스쳤는지에 따라, 그 땅은 갑자기 나타난 곳 혹은 갑자기 사라진 곳이 될 것이다. 모두의 기억 속에 각자 다르게 기억될 수 있는 조간대는, 바로 지금도 달빛에 이끌려 조용히 자신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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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원<두 개의 정원>


나는 일정 기간 동안 한 도시에 머물면서 오랫동안 도외시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소와 공간을 리서치하고, 특정한 공간을 선정하여 그 공간성을 기반으로 장소 특정적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고학자가 땅 속 깊이 묻혀있던 무언가를 발굴하듯이, 나는 이방인이자 관찰자로서 나에게 주어진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고 가치를 찾아내어 작품을 통해 그것을 세상 밖으로 꺼내 놓는다. 여러 겹의 시간성과 공간성이 한 무대 위에서 뒤섞이고 중첩되면서 만들어지는 추상적인 풍경은,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을 또 다른 세계로 향하게 하는 통로이자 장치로 작용하게 하며, 그 공간은 또 다른 세계 그 자체가 된다. 관람자는 그 통로를 항해한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새로운 유적지를 향해, 새로운 유물을 찾아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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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래연< 살아있는 관계 >


식물이 지닌 유기체적 관점을 통해 관계라는 주제를 이야기 하고자 했다. 하나의 가지에서 파생된 잎과 열매는 닮아있지만 또한 각자 다르다. 또한 브라스라는 차가운 물성으로 살아있는 유기체를 표현하는 모순된 성질을 이용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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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 꽃밭인데, 내가 좋아하는 꽃은 아니야 / 무제>


내 작업물들은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실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진행된다. ‘자연’ 속에서 ‘혼자’ 존재할 때 그 방대한 세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의 작은 세상을 죄다 흔들어버리는 회오리조차 미풍처럼 느껴진다. 그 고요를, 그 깊이를, 그 순간들을 나의 화폭에 담는다. 나에게 있어 가장 진실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순간들은 그렇게도 고요했던 순간들이었음을. 혼자 존재한다는 것은 자유로움과 동시에 내놓여지는 것이다. 이러한 순간조차 단단해질 수 있다면 다수일 때는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추상적인 느낌을 시각적으로 이미지화시켜 캔버스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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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 우리 아가 잘도 잔다 / 잠, 생각 1 / 잠, 적 / 잠자리 동화 <하루의 기도> >


스르르 감겨오는 눈을 느끼며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잠을 기다리는데... 
시간이 갈수록 잠은 안 오고, 빼꼼 고개를 내밀더니 마구 달려 나오는 온갖 생각들. 생각해 봐야 답도 없고 굳이 꺼내 볼 필요 없는 이 생각과 기억들은 이내 나를 정복하고, 오려던 잠도 멀리 쫓아내 버린다. 오랜 시간 나와 다른 많은 이들을 괴롭혀 온 불면의 날들. 우리는 왜 자야 하는지, 하지만, 왜 잠들지 못 하는지, 또, 무엇이 우리를 잠에서 멀어지게 하는지. 
어차피 잠들지 못하는 밤. 
잠에 대한 생각들을 하나하나 꺼내, 차곡차곡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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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섭< Sentimographie >


내면을 선 線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시간과 환경에 따라 영감을 받은 색과 감정의 기록들
일상의 단어, 감정을 머금은 선들이 모여 점차 세포분열처럼
식물 덩굴들처럼 유기적으로 확장되어 간다.
이미지의 물결들은 공간에 스며들고 아지랑이처럼 사라지고
변화를 반복하며 서로 연결되어 ‘협주곡’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