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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기획초대전

숨:쉬다

전시기간 : 2023.09. 01(금) - 09. 19(화)

​전시장소 :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참여작가 : 한부철 작가

2020년 어느 날 갑자기 건강의 악화로 일상생활이 멈추게 되고 한동안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숲을 걷고 들판을 걷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준비를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가 부족해 쉽지 않다. 외부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양림동화실의 정원은 나를 위로

해주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매일 변화하는 식물들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현상을 마주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정원에는 작지만 다양한 꽃, 나무, 새, 고양이, 청개구리, 잠자리, 나비, 이름을 알 수없는 곤충 등 수 많은 생명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문을 열고 처음 마주

하는 버들마편초의 보랏빛 꽃의 색과 바람에 흔들리며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올린 줄기에 나비의 속삭임은 마음을 밝게 이끌어 준다. 그 아래로 샛노란 색과 연 분홍

빛으로 피어오른 낮 달맞이, 가녀린 줄기에 핑크빛 새가 앉아 있는 것 같은 세이지, 흰 장미처럼 피어나는 조팝꽃, 바람에 흔들리며 자태를 뽐내는 모란꽃잎, 어디선가 황홀한 향기로 마음을 사로잡는 은목서와 백화등,.... 이 모두는 달빛을 받으면 더욱 찬란하게 빛나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더한다. 내게는 소담스런 이

작은 정원이 저들에겐 큰 세상임을 느낀다. 옹기종기 모여 자리를 차지하며 저마다의 소명을 다하고 있는 정원 속 작은 세상이 큰 세상이 되어 움직인다.

 

언제인지 모르게 눈앞에 자주 나타나는 청개구리를 마주하면서 나의 모습을 반추하게 된다. 작고 여린 생명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

순수하고 여린 이미지로 우리에게 친근하고 익숙하지만 반대로 행동하는 어린애들로 비유하기도 한다. 현재의 시각으로는 자신의 의지가 뚜렷해 주변의 염려에도 개의치 않고 소신 있게 행동하는 인물로 대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웅크리고 있는 자세는 마치 세상의 두려움에 몸을 숨기고 있기도 하고, 더 멀리 뛰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는 듯하다. 무심히 바라보는 시선은 수행자의 모습 같기도 하다. 이러한 아주 작은 변화들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내게는 쉼이 되었고,

그들과 무언의 대화를 하면서 숨을 쉬고 있음이 서로의 숨이 되고 쉼이 됨을 알게 되었다.

 

하얀 캔버스에 녹색을 덧칠하기 시작했다. 칠하면 칠할수록 색채는 더 강해지고 아주 작은 캔버스로 시작해서 조금씩 커져갔다. 녹색의 맑고 싱그러움을 반복해

칠하다 보니 마음은 평온하고 맑아지며 몸에 생기가 돌며 에너지가 조금씩 생기는 느낌이다 . 의도하진 않았으나 꽤 오랜 시간동안 녹색을 칠 하고 있었다. 마음을

비우고 몸이 허락하는 만큼 조금씩 천천히 하는 이 작업 행위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살아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그 다음 문제인 것이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위대할 것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숨을 쉬는 것이 당연하게만 생각되었던 날 들을 뒤로하고 당연한 것이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느끼는 지금,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2023.7월 양림동 화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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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다

2023.09.01 ~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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